빚 15달러가 만든 발명? | 안전핀 특허 이야기

빚 15달러가 만든 발명? | 안전핀 특허 이야기 — 발명 원리 개념 일러스트
발명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개념 일러스트

특허로 읽는 발명 이야기 · No.004 · 우리 집

단추가 떨어졌을 때, 바지 고무줄을 끼울 때, 이름표를 달 때……. 서랍 속 안전핀 하나가 구세주가 될 때가 있지요. 찔리지 않게 뾰족한 끝을 쏙 숨겨 주는 이 작은 핀에는 꽤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져요.

"빚 15달러를 갚으려고 철사를 만지작거리다 세 시간 만에 만들었다." 정말일까요? 1849년 특허 문서를 열어 보면, 적어도 이 핀이 얼마나 영리한 물건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어요.

옛날 핀의 고민

핀은 아주 오래된 물건이에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도 옷을 여미는 브로치 모양 핀(피불라)을 썼어요. 하지만 19세기까지 흔히 쓰던 핀은 그냥 뾰족한 바늘이거나, 바늘과 경첩, 걸쇠를 따로 만들어 붙인 것이었어요.

그냥 바늘은 쉽게 빠지고 손을 찔렀어요. 경첩이 달린 핀은 쓰다 보면 이음매가 헐거워지거나 부러졌지요. 특히 아기 기저귀를 핀으로 여미던 시절이라, 찔리지 않는 핀은 정말 필요한 물건이었어요.

발명왕 월터 헌트

미국 뉴욕의 월터 헌트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발명가였어요. 재봉틀, 만년필, 연발 소총 등 수많은 것을 만들었지요. 하지만 돈 관리에는 서툴러서 늘 빚에 시달렸대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제도사 친구에게 15달러를 빚지고 있었어요. 갚으라는 독촉을 받던 날, 철사 한 가닥을 이리저리 구부리다가 안전핀을 생각해 냈어요. 그리고 이 특허를 약 400달러에 팔아 빚을 갚았다고 해요. 세 시간 만에 만들었다는 부분은 확인하기 어렵지만, 실제 특허 문서 첫머리에는 헌트가 이 특허를 다른 사람들(리처드슨 형제)에게 넘겼다고 적혀 있어요. 권리를 팔았다는 이야기와 맞아떨어지지요.

특허 들여다보기

특허번호미국 특허 제6,281호
이름Dress-pin (옷핀)
발명자월터 헌트 (Walter Hunt, 미국)
등록1849년 4월 10일 (이 시절 특허에는 출원일이 따로 적혀 있지 않아요)
원문Google Patents에서 보기

헌트의 핀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특허 도면에도 알파벳으로 이름이 붙어 있지요.

  • A 바늘 — 옷을 뚫는 뾰족한 부분
  • B 용수철 — 철사를 돌돌 감은 부분
  • C 막대 — 용수철에서 뻗어 나간 다른 쪽 철사
  • D 걸쇠 — 막대 끝을 구부려 바늘 끝을 감싸는 부분
월터 헌트의 '드레스 핀' (1849)특허 도면 그림 1을 다시 그렸어요A 바늘(핀)끝이 뾰족해요B 용수철철사를 돌돌 감음C 막대장식을 달 수도 있어요D 걸쇠뾰족한 끝을 감싸 숨겨요A·B·C·D 모두 '철사 한 가닥'이에요. 경첩도, 이음매도 없어요!

놀라운 점은 이 네 부분이 모두 철사 한 가닥이라는 거예요. 가운데를 돌돌 감아 용수철을 만들고, 한쪽 끝은 뾰족하게, 다른 쪽 끝은 구부려 걸쇠로 만들었어요. 바늘 끝을 걸쇠에 걸면, 용수철이 바늘을 계속 밀어 주어서 저절로 빠지지 않아요.

헌트는 설명서에서 이 핀의 장점을 자랑했어요. 부러질 이음매도, 닳아서 헐거워질 경첩도 없다는 거예요. 옷에 꽂을 때 핀을 휘지 않아도 되고 손가락을 찌르지도 않는다고 했지요. 막대(C)에는 장식을 달 수 있어서 브로치처럼 멋을 낼 수도 있었어요.

철사 한 가닥이 안전핀이 되기까지① 곧은 철사② 가운데를 돌돌③ 끝을 접어 걸쇠④ 뾰족한 끝을 걸면 끝!용수철이 밀어서걸쇠에 꾹 걸려요옛날 핀: 바늘 + 경첩 + 걸쇠를 따로 만들어 붙임 → 경첩이 부러지고 헐거워짐헌트의 핀: 철사 한 가닥을 구부리기만 → 부러질 이음매가 없음

청구항 한 줄 풀이
"이음매나 경첩 없이 철사 한 가닥으로 만들고, 그 안에 용수철과 걸쇠를 함께 갖춘 옷핀과 머리핀."
헌트는 같은 원리를 머리핀에도 쓸 수 있다고 함께 적었어요.

미국 특허 제6,281호 원본 도면

미국 특허 제6,281호 원본 도면 (출처: Google Patents)

발명은 헌트, 돈은 다른 사람

안전핀은 곧 세계 곳곳에서 팔려 나갔고, 이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다고 해요. 정작 헌트가 받은 돈은 빚을 갚을 정도였지요.

헌트에게는 비슷한 일이 또 있었어요. 그는 1830년대에 이미 재봉틀을 만들었지만 특허를 제때 내지 않았어요. 나중에 다른 사람이 비슷한 재봉틀로 특허를 받으면서 큰 다툼이 벌어졌지요. 좋은 아이디어도 제때 지키고 잘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이야기예요.

17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안전핀의 모양은 헌트의 그림과 거의 같아요. 요즘 안전핀에는 걸쇠를 덮개 모양으로 넓게 만들어 바늘 끝을 더 잘 감싸도록 한 정도의 차이만 있어요.

발명 기법 카드

빼기 — 따로 만들어 붙이던 경첩과 이음매를 없앴어요.
더하기 — 철사 한 가닥 안에 용수철과 걸쇠를 함께 넣었어요.

생각해 보기

질문 안전핀의 용수철 부분을 잘 보세요. 몇 바퀴 감겨 있나요? 용수철이 없다면 바늘 끝이 걸쇠에 잘 걸려 있을까요?

도전 과제 (어른과 함께) 클립을 하나 펴서 철사 한 가닥으로 '찔리지 않는 핀'을 직접 구부려 만들어 보세요. 헌트처럼 이음매 없이 만들 수 있나요?

다음 편 예고 바람이 불어도 빨래가 날아가지 않는 비밀, 용수철 빨래집게 특허를 열어 봐요 →

참고: 미국 특허 US6,281 원문(Google Patents), 위키백과 'Walter Hunt', 'Safety pin'. 빚과 판매 금액은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림은 특허 도면을 바탕으로 새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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