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털에 붙은 가시가 찍찍이가 됐다고? | 벨크로 특허 이야기

특허로 읽는 발명 이야기 · No.003 · 우리 집
운동화 끈 대신 붙이는 띠, 필통 뚜껑, 가방 덮개……. 꾹 누르면 '찍' 붙고, 잡아당기면 '찌이익' 떨어지는 찍찍이를 써 본 적 있지요? 정식 이름은 '면 파스너', 흔히 상표 이름을 따서 벨크로(Velcro)라고 불러요.
이 발명은 연구실이 아니라 산책길에서 시작됐어요. 범인은 강아지 털에 잔뜩 달라붙은 작은 풀 가시였지요.
왜 이렇게 안 떨어지지?
1941년, 스위스의 기술자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알프스 산에서 사냥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바지와 강아지 털에 우엉 가시가 잔뜩 붙어 있었어요. 떼어 내느라 한참 고생하던 그는 문득 궁금해졌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꽉 붙어 있는 거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답이 보였어요. 가시 끝마다 아주 작은 갈고리가 휘어 있었고, 그 갈고리가 털이나 천의 올(고리)에 걸려 있었던 거예요. 드 메스트랄은 생각했어요. "갈고리와 고리를 천으로 만들면, 단추나 지퍼 없이도 붙였다 뗄 수 있겠다!"
10년 동안의 도전
생각은 쉬웠지만 만드는 일은 어려웠어요. 처음 쓴 무명실은 금방 닳아 버렸지요. 여러 재료를 시험한 끝에, 그는 질기고 열을 가하면 모양이 굳는 나일론을 찾아냈어요. 천을 짜면서 고리를 만들고, 그 고리를 잘라 갈고리로 만드는 기계를 완성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어요.
이름도 직접 지었어요. 프랑스어로 벨벳을 뜻하는 벨루르(velours)와 갈고리를 뜻하는 크로셰(crochet)를 합쳐 '벨크로'라고 한 거예요.
특허 들여다보기
| 특허번호 | 미국 특허 제3,009,235호 |
| 이름 | Separable fastening device (분리되는 잠금 장치) |
| 발명자 | 조르주 드 메스트랄 (George de Mestral, 스위스) |
| 출원 → 등록 | 1958년 5월 9일 → 1961년 11월 21일 (스위스에 먼저 낸 날: 1957년 10월 2일) |
| 원문 | Google Patents에서 보기 |
드 메스트랄은 이미 1950년대 초에 첫 특허를 받았어요. 그런데 이 특허(1961년)의 설명서에는 처음 방식의 아쉬운 점이 적혀 있어요.
- 처음에는 갈고리 천끼리 붙였어요.
- 그런데 천 위에 갈고리가 없는 빈자리가 많았어요.
- 두 장을 눌러 붙여도 실제로 서로 걸리는 갈고리는 30% 정도밖에 안 됐대요.
해결책은 '짝꿍'을 정해 주는 거였어요. 한쪽 천에는 뻣뻣한 갈고리를, 다른 쪽 천에는 부드러운 고리를 훨씬 빽빽하게 심었어요. 갈고리가 어디로 내려가든 고리가 기다리고 있으니, 걸리는 갈고리가 확 늘어난 거예요.
누르면 걸리고, 가장자리부터 들면 풀려요
파랑은 갈고리, 주황은 고리입니다. 옆에서 크게 확대한 개념도예요.
1 · 붙이기 전
뻣뻣한 갈고리와 빽빽하고 부드러운 고리가 마주 봅니다. 서로 다른 두 면을 맞대어 눌러요.
2 · 눌러 붙인 뒤
고리 실이 갈고리 끝에 걸립니다. 많은 접점이 함께 버티므로 두 천이 붙어 있어요. 초록 원은 접점의 한 예입니다.
3 · 끝을 들어 벗길 때
한쪽 끝을 들면 경계의 접점부터 차례로 풀립니다. 갈고리와 고리가 휘면서 빠져나와 다시 붙일 수 있어요.
갈고리 수와 크기는 이해를 위해 줄이고 키웠습니다. 실제로는 많은 갈고리와 고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립니다 · 특허 원문
재료도 일부러 다르게 골랐어요. 갈고리는 잘 휘지 않는 나일론 한 가닥(모노필라멘트)으로, 고리는 가는 실 여러 가닥을 꼰 부드러운 실(멀티필라멘트)로 만들었지요. 고리 실은 솔질로 부채처럼 펼쳐서, 갈고리가 걸릴 자리를 더 많이 만들었어요.
그럼 그 작은 갈고리는 어떻게 만들까요? 특허에 적힌 방법은 이래요. 천을 짤 때 가는 철 막대 위로 실을 넘겨 고리를 만들고, 열을 가해 모양을 굳힌 다음, 고리의 한쪽 다리를 칼날로 싹둑 잘라요. 그러면 긴 쪽은 끝이 휘어진 갈고리가 되고, 짧게 잘린 쪽도 바탕 천에 남습니다. 상대편의 부드러운 고리 면은 재료와 촘촘함을 달리해 따로 만들어요.
고리를 잘라 갈고리를 만드는 순서
특허에 제시된 여러 방법 중, 고리의 한쪽 다리를 자르는 방법입니다.
1 · 고리 짜기
뻣뻣한 나일론 실을 막대 위로 넘겨 고리를 짭니다. 실의 양쪽 다리는 바탕 천에 고정돼 있어요.
2 · 모양 고정
열처리로 고리의 곡선을 고정합니다. 그림에서는 모양이 보이도록 막대를 생략했어요.
3 · 한쪽 절단
주황 표시처럼 한쪽 다리를 자릅니다. 긴 부분은 휜 끝을 가진 갈고리가 되고, 잘린 짧은 부분도 천에 남아요.
Fig. 14~18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상대편 고리 면은 부드러운 여러 가닥 실로 따로 만듭니다 · 특허 원문
청구항 한 줄 풀이
"두 장의 천 가운데 한쪽에는 갈고리, 한쪽에는 고리를 촘촘히 세우되, 고리의 수를 갈고리보다 훨씬 많게 해서, 맞대어 누르면 많은 갈고리가 고리에 걸리게 한 잠금 장치."
이 특허의 청구항은 9개예요. 그중 첫 번째 청구항의 핵심만 풀어 썼어요.
우주까지 간 찍찍이
처음에는 "보기 싫다", "싸구려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1960년대 미국 우주 비행사들이 무중력 상태에서 물건이 둥둥 떠다니지 않게 찍찍이로 붙여 두면서 유명해졌어요. 그 뒤로 스키복, 운동화, 혈압계, 아이들 옷까지 곳곳에 쓰이게 되었지요.
드 메스트랄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에는 여러 회사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벨크로'는 회사 상표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찍찍이를 흔히 벨크로라고 불러요.
발명 기법 카드
자연 본뜨기 — 우엉 가시의 작은 갈고리를 천으로 옮겨 왔어요.
모양 바꾸기 — 같은 고리를 한쪽은 그대로, 한쪽은 잘라서 '갈고리–고리' 짝꿍을 만들었어요.
생각해 보기
질문 찍찍이 두 면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세요. 어느 쪽이 까슬까슬하고 어느 쪽이 보들보들한가요? 까슬한 쪽끼리는 왜 잘 안 붙을까요?
도전 과제 길가나 공원에서 옷에 잘 달라붙는 풀씨(도꼬마리, 도깨비바늘 등)를 찾아 돋보기로 관찰해 보세요. 어떤 모양의 갈고리가 있나요?
다음 편 예고 빚 15달러를 갚으려다 탄생한 발명, 안전핀 특허를 열어 봐요 →
참고: 미국 특허 US3,009,235 원문(Google Patents), 위키백과 'George de Mestral', 'Hook-and-loop fastener'. 그림은 특허 도면을 바탕으로 새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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