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쇠 조각이 어떻게 착착 맞물릴까? | 지퍼 특허 이야기

특허로 읽는 발명 이야기 · No.002 · 우리 집
오늘 입은 옷이나 가방을 한번 살펴보세요. 아마 어딘가에 지퍼가 달려 있을 거예요. 손잡이를 '지익' 올리면 닫히고, '지익' 내리면 열리지요.
너무 익숙해서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해요. 작은 쇠 조각 수십 개가 어떻게 한 번에 착착 맞물리고, 또 한 번에 풀리는 걸까요? 이 비밀을 처음 제대로 풀어낸 문서가 1917년에 등록된 지퍼 특허예요.
단추와 끈의 시대
지퍼가 없던 시절에는 단추, 끈, 갈고리 단추(훅)로 옷을 여몄어요. 특히 당시 유행하던 목 긴 구두는 단추가 스무 개 넘게 달린 것도 있어서, 신발 한 켤레 신는 데 한참이 걸렸지요. 단추를 잠그는 전용 갈고리 도구까지 있었을 정도예요.
1893년, 미국의 휘트컴 저드슨이 이 귀찮음을 해결하려고 '걸쇠 잠금장치'를 특허로 냈어요. 작은 갈고리와 고리를 줄줄이 달고, 손잡이를 밀어 한꺼번에 거는 장치였지요. 시카고 만국박람회에도 나왔지만, 자꾸 저절로 풀리고 고장이 잦아서 크게 팔리지는 못했어요.
갈고리를 없앤 사람, 기데온 선드백
저드슨의 회사에는 1906년 스웨덴에서 건너온 젊은 기술자 기데온 선드백이 들어왔어요. 그는 몇 년 동안 갈고리식 잠금장치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결국 생각을 확 바꿨어요. "갈고리를 아예 없애 버리자!"
그렇게 해서 1914년에 특허를 신청한 것이 '분리되는 잠금장치(Separable fastener)'예요. 이 특허를 가진 회사 이름도 아예 '갈고리 없는 잠금장치 회사(Hookless Fastener Company)'였어요.
특허 들여다보기
| 특허번호 | 미국 특허 제1,219,881호 |
| 이름 | Separable fastener (분리되는 잠금장치) |
| 발명자 | 기데온 선드백 (Gideon Sundback, 미국) |
| 출원 → 등록 | 1914년 8월 27일 → 1917년 3월 20일 |
| 원문 | Google Patents에서 보기 |
선드백은 특허 설명서에 예전 잠금장치의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어요.
- 양쪽 줄에 서로 다른 모양의 부품(한쪽은 갈고리, 한쪽은 고리)을 달아야 했어요.
- 그래서 무겁고 두툼하고, 만들기도 복잡했어요.
- 모양이 다른 부품을 맞물리게 하려니 손잡이(슬라이더)도 복잡해져야 했어요.
선드백의 해결책은 간단했어요. 모든 이빨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거예요. 이빨 하나하나는 얇은 쇠판을 눌러 찍어 만든 작은 숟가락 같아요. 윗면은 볼록 튀어나오고, 아랫면은 그만큼 오목하게 파여 있지요. 이빨 뒤쪽은 집게처럼 천 가장자리를 꽉 물고 있어요.
이빨은 번갈아 들어가고, 돌기와 홈이 맞물려요
파랑과 주황은 어느 쪽 천에 달렸는지 구분하는 색입니다.
1 · 정면: 엇갈린 배열
한쪽 이빨 사이로 반대쪽 이빨이 들어옵니다. 천의 가장자리를 무는 부분과 맞물리는 머리 부분을 구분해 보세요.
2 · 맞물리는 면의 단면
각 이빨에는 돌기와 홈이 함께 있어요. 이웃한 이빨의 돌기가 홈에 들어가 두 줄이 가로로 쉽게 벌어지지 않게 붙잡습니다.
Fig. 4·5·9를 바탕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단면은 원리 설명용이며 부품 전체의 실제 비례와 다릅니다 · 특허 원문
왼쪽 줄과 오른쪽 줄의 이빨은 서로 엇갈려 달려 있어요. 두 줄을 모으면 한 이빨의 볼록한 부분이 바로 옆 이빨의 오목한 곳에 쏙 들어가요. 컵을 여러 개 포개 쌓은 것처럼 단단히 붙들지요. 게다가 볼록한 면이 둥글어서, 옷이 접히거나 휘어도 이빨끼리 살짝 흔들릴 뿐 빠지지 않아요.
그럼 이빨을 하나씩 손으로 끼워야 할까요? 그 일을 해 주는 것이 슬라이더예요. 슬라이더 속에는 Y자 모양의 길이 있어요. 아래 그림처럼 열린 두 줄을 위에 놓고 보면, 슬라이더를 위로 올릴 때 두 줄이 좁은 통로로 모여 맞물려요. 아래로 내리면 가운데 분리부를 지나며 두 줄이 갈라집니다. 화살표는 이빨이 아닌 슬라이더의 이동 방향이에요.
슬라이더가 움직이면, 두 줄의 간격이 바뀌어요
뚜껑을 걷어 낸 개념도입니다. 두 그림 모두 위는 열리고 아래는 닫힌 상태예요.
1 · 위로 이동 → 닫힘
슬라이더가 열린 쪽으로 이동하면 바깥 안내벽이 두 줄을 좁은 통로로 모읍니다. 지나온 아래쪽에는 맞물린 이빨이 남아요.
2 · 아래로 이동 → 열림
반대로 이동하면 가운데 분리부가 맞물린 줄을 두 갈래로 유도해요. 지나온 위쪽에는 벌어진 두 줄이 남습니다.
Fig. 1·2·8의 구조를 간략화했습니다. 초록 화살표는 이빨이 아니라 슬라이더의 이동 방향입니다 · 특허 원문
청구항 한 줄 풀이
"휘어지는 두 줄에 맞물림 부품을 엇갈리게 달고, 부품마다 한쪽에는 둥근 홈, 다른 쪽에는 그 홈에 맞는 돌기를 만든 잠금장치."
이 특허에는 청구항이 11개 있어요. 그중 첫 번째 청구항의 핵심만 풀어 썼어요.
'지퍼'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선드백의 잠금장치는 처음엔 군복, 돈주머니, 담배쌈지 같은 데 쓰였어요. 그러다 1923년 미국의 타이어 회사 B.F. 굿리치가 이 잠금장치를 고무 장화에 달고 팔면서 '지퍼(Zipper)'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닫을 때 나는 '지익(zip)' 소리에서 따온 이름이지요. 이 이름이 너무 잘 어울려서, 결국 이 잠금장치 전체를 부르는 말이 되었어요.
지금 우리가 쓰는 금속 지퍼도 기본 구조는 선드백의 특허와 거의 같아요. 백 년이 넘었는데도 이빨 모양과 Y자 슬라이더는 그대로인 셈이에요.
발명 기법 카드
빼기 — 잘 풀리고 무거운 갈고리를 아예 없앴어요.
모양 바꾸기 — 모든 이빨을 '볼록+오목'이 함께 있는 같은 모양으로 바꿨어요.
생각해 보기
질문 지퍼 이빨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정말 윗면은 볼록하고 아랫면은 오목한가요? 지퍼 맨 아래에 있는 작은 쇠붙이(멈춤 장치)는 무슨 일을 할까요?
도전 과제 일회용 숟가락 여러 개를 포개 쌓아 보세요. 하나씩 따로 놓았을 때보다 옆으로 밀어도 잘 안 미끄러지지요? 선드백의 이빨이 맞물리는 원리와 같아요.
다음 편 예고 산책길 강아지 털에 붙은 가시가 준 아이디어, 찍찍이(벨크로) 특허를 열어 봐요 →
참고: 미국 특허 US1,219,881 원문(Google Patents), 위키백과 'Zipper'. 그림은 특허 도면을 바탕으로 새로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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